tolbiac 2016. 1. 25. 17:01

평생 추위는 나의 적이었다.

겨울이면 감기는 늘 나의 절친이 되었고 학창 시절 개근상은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겨울 방학식을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서 천장 벽지의 무늬를 감상한 적도 허다했었던 것 같다.

부모님은 늘 허약한 날 제일 걱정해주셨던 것 같다.ㅣ

겨울 코트 사는데에 늘 후하셨던 것도 그러한 이유였겠지?

대학생이었던 어느 겨울에는 여우털 코트를 사주셨는데 꽤 비쌌지만 추위를 많이 타는 나를 위해 엄마는 선뜻 거금을 쓰셨다.

당시 이런 옷을 어떻게 입냐고 툴툴거리며 장롱안에 쳐박혀있었던 그 옷은 지금도 나의 비상 코트로 잘 이용되고 있다.

엄마는 나이 먹으면 살이 찐다며 한 싸이즈 큰 것으로 사주셨는데,

문제는 그 후로 몸이 불지 않고 오히려 더 말라서 입을 때마다 빌려입은 듯한 모양새에 좀 어색하기는하다.

 

올해는 몇년만에 찾아온 한파라고 다들 난리 법썩이고 실제로 기온도 영하 10도를 넘는 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체감 온도로 -24도 였던 어느 날인가 서로 안부 묻느라 한바탕 소란이 있었으니.

헌데 나는 왠일인지 그러저럭 참을만하다는 거다.

이유가 뭘까?

1. 최소한 5겹을 입는 나의 완벽한 보온 지향적 패션

2. 7개월째 열공하는 수영 때문에

3. 소위 말하는 갱년기 증상

4. 모두 다?

 

나의 변화의 근원이 뭐가 되었든간에 난 좋다.

겨울은 원래 추운거여!